가임기 여성 장애인, CRPS 환자의 고민과 출산 이야기
제가 스무 살이 되었을 떄, 중증 장애와 더불어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라는 희귀 질환을 앓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저를 지켜준 엄마를 떠올리며 학업을 마치고 직장생활도 하며 일반인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크게 부럽지 않았지만,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만큼은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저는 평생 복욕해야하는 약물 때문에 아기가 선천적 기형을 가질 위험이 높았습니다. 초기에 유산이 될 가능성도 크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임신 초기, 약 5주 차에 첫 유산을 경험했습니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의 첫 만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아기를 갖고 싶다는 제 소망을 의료진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담당 교수님은 저를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이하 센터)와 연결해 주셨습니다. 센터에서는 제 임신 전부터 산부인과와의 긴밀한 협력을 도와주었고, 이를 통해 임신 시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받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5~6주 차에 두 번째 유산을 겪었습니다.

2023년 5월: 새로운 시작과 희망
2023년 5월, 또 다시 임신이 확인되었을 때, 병원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순간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 기쁨 속에서 센터와의 연결도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전 임신에서 유산 소식을 전했던 선생님은 이번에는 따뜻한 축하의 말을 전해 주셨습니다.
임신 중반기의 도전과 센터의 지원
임신 중반에 접어들면서 센터는 제 체력을 강화하고 통증을 줄이기 위해 운동 치료사를 연결해주었습니다.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덕분에 저는 몸 상태를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고, 임신 28주 차부터 조산 위험이 있었지만 36주까지 출산을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센터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출산과 새로운 삶의 시작
출산 형태를 결정할 때, 하반신 마비로 인해 제왕절개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유도 분만을 통해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무통주사 없이 출산을 진행해야 했지만, 그 경험은 저에게 너무나 값진 것이었습니다.
여러 번의 유산 끝에 드디어 예쁜 딸을 얻었습니다. 비록 장애를 가진 초보 엄마로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센터에서 제공한 산전 교육 덕분에 신생아 돌봄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조산아 케어 교육을 통해 모유 수유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통증에도 불구하고 유축기를 사용해 수유를 진행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기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장애를 넘어 엄마로서의 삶

출산 전, 저는 단지 살아있다는 이유로 삶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나와 꼭 닮은 딸과 함께 행복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센터의 지원은 제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주었고, 삶의 이유를 다시 찾게 해주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엄마로서 아직 많은 도전들이 남아 있습니다. 아이를 안고 외출하거나 집안일을 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외출 시 목발을 짚고 아기를 가방에 넣어다니거나 집에서 설거지를 마친 후 아이를 품에 안고 재우는 작은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찾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진 여성 장애인들이 이 글을 통해 용기를 얻고, 자신만의 특별한 가족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센터의 도움을 받아 엄마로서의 삶을 시작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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